2023. 5. 12. 00:17ㆍ전시
[전시] 고흐, 향기를 만나다(빈센트 반 고흐, 3부 형과 동생)
1부 고흐의 일생, 2부 고흐의 그림, 그리고 마지막 3부 형과 동생, 빈센트와 테오의 이야기를 그들의 편지를 통해 써내려가보려 한다.

빈센트의 작품을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형제의 편지는 1872년 8월부터 시작되었다. 테오는 빈센트가 그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응원했을 뿐만 아니라, 물감과 캔버스부터 집세와 병원비까지 지원했다.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었기에 모든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테오는 빈센트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며, 그를 예술가로서 존경하고 인정했다.
테오의 아내 요한나는 애틋했던 형제의 편지를 보관하다 책으로 출판하였으며, 빈센트가 살아온 인생과 그의 예술관을 대중들에게 알렸다.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집에서 커피나 스프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과
의자 두 개, 테이블을 샀다. 즉, 내게 남은 돈은 15프랑뿐이다.
그래서 너가 파리에서 돌아올 때까지 돈을 조금 더 보내주기를 부탁한다.
너는 내가 보내는 그림들을 가치 있게 받아들이고
그것이 내가 너에게 진 빚을 갚아주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얘기했지,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너에게 1만 프랑 정도를 가져다줄 수 있게 되는 날
비로소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지난날 이미 모두 써버린 돈도 우리에게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되기 힘들겠지.
...
1888년 5월 10일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中

최근에 형은 그 문제를 지나치게 고민해 왔어.
문제가 생겼다는 징후가 없을 때도 형은 그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것 같아.
형은 내게 빚진 돈 얘기하면서 갚고 싶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런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형이 근심 없이 지내는 거야.
물론 우리 둘 다 가진 게 별로 없으니 너무 많은 짐을 지지도 않도록 노력해야겠지.
형이 원한다면 계속 나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해줄 수 있어.
그건 바로 과거에 하던 것처럼 중요한 일을 계속하는 거야.
우린 주변에 예술가들, 친구들이 모여들게 하는 일 말이야.
나는 할 수 없었던 일이었지만, 형은 프랑스에 있던 이후로 어느 정도 이루었잖아.
형이 너무 힘들게 이해 와서 마치 살아본 적 없는 것 같다고 말할 때면
내가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를 거야.
나는 그게 아니라고 믿어, 형은 위대한 사람들과 다를 것 없이 살아가고 있으니까
형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빵을 가지지 못해 아프게 되는 일이 없도록
적절하게 내게 미리 경고를 해주길 바랄게.
...
1888년 10월 27일
테오가 빈센트에게 보낸 편지 中

이곳 사람들이(8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을 했더구나) 내가 거리를
활보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신청서를 시장에 냈단다.
그래서 경찰국장인 서장인지가 나를 감금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금 나는 하루 종일 갇혀 있다.
내가 유죄라는 증거조차 없는데 문은 열쇠로 잠겨 있고 감시하는 사람도 있다.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자유롭게 하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를 향한 비난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게 아니라.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 예술가들은 부서진 컵과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너에게 내 그림들을 보내고 싶지만
내 모든 것은 자물쇠로 잠긴 채 그들의 감시를 받고 있구나
...
1889년3월19일
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中

형이 아직도 건강이 좋지 못하다니 정말 마음이 아파.
형이 온갖 종류의 희생을 다 감수하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아는 나로서는
혹시나 형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그런 해결책(정신병원)을 생각해 낸 게 아닌지 의심하게 돼.
만일 정말 그렇다면, 그렇게 하지 말아 줘, 나는 평생 동의해 줄 수 없어.
물론 형에게 다른 의도가 없다면, 생 레미로 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잠시 그곳에 머물면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깐
살르씨가 내게 생 레미 요양원 안내서를 보내줬어
거기에 제3자가 입원 허락을 신청해야 한다고 되어 있어서,
형이 원한다면 사용할 수 있도록 요양원 원장에게 보내는 편지도 같이 보낼게.
형이 결정하면 필요한 돈을 보낼게.
...
1889년04월24일
테오가 빈센트에게 보낸 평지 中

오늘 나는 그림과 습작이 담기 상자를 포장하고 있다.
습기로 상한 그림의 뒤에 신문지를 발라서 두껍게 만들었다.
그게 가장 좋은 그림이었다.
이 그림도 다른 그림처럼 내가 집에 없는 동안 습기 때문에 망쳤다.
살르씨가 생 레미에 다녀왔는데,
그들은 내가 병원 밖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생각이고,
100프랑 이하의 돈으로는 나를 받아들일 마음도 없다고 한다.
좀 나쁜 소식이지
차라리 외인부대에 5년 동안 입대해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그림도 그리지 못한다면 내 상태가 나아지기는 힘들 것 같고,
그 병원에서는 이 미친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한 달에 100프랑씩 받아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군대에서 나를 받아줄까?
1889년4월30일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中

저번의 형의 편지에서는 나는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있어.
바로 외인부대에 입대한다는 거야.
그건 최후의 수단인 거지? 그렇지?
그곳에 가서 그림을 그릴 수도 있겠지만
기숙학교에 다니는 아이처럼 거기에 갇혀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
훌륭한 것을 창조하는 것이 형의 목표가 아니었어?
이미 그런 그림들을 그려낼 수 있었던 형이 도대체 왜 절망하는 거야?
퓌비드 샤반, 드가와 같은 다른 화가들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나는 형이 의지만 있다면 다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어.
형이 작업실로 돌아가서 습기 때문에 그림에 곰팡이가 핀 걸 봤을 땐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해
우리 희망을 갖자. 형의 불행은 반드시 끝날 거야.
...
1889년5월2일
테오가 빈센트에게 보낸 편지 中

가엾은 형. 이 악몽을 멈추기 위해서
내가 뭘 해야 할지 알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형의 편지가 오지 않았을 때,
왠지 형이 아무도 모르게 찾아와 우리를 놀라게 해 줄 것 같다는 상상을 했어,
의사와 직원들은 형에게 잘해줘?
혹시나 환자들을 차별하거나 돈을 내는 액수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는 건 아니야?
불안한 마음이라 괜히 나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
그러니까 몇 마디라도 좋으니 가능한 한 빨리 편지를 보내줘.
내가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다만 형이 모든 걸 다 내게 솔직하게 말해주기를 원해.
용기를 잃지 마.
형이 나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잊지 말아 줘.
...
1889년8월4일
테오가 빈센트에게 보낸 편지 中

편지와 멋진 그림들을 보내줘서 고마워.
나는 형 그림을 보여주려고 많은 사람들을 초대했어.
피사로와 탕귀 영감, 그리고 노르웨이 화가인데,
만국박람회에서 명예훈장을 받은 베렌스키올트와 모스 등의 사람들이 왔어
모스라는 사람은 브뤼셀에서 열리는 20인전의 위원이기도 한데,
그 사람이 다음 전시에 형의 작품을 전시할 의향이 있는지 내게 물어봤어.
나는 형이 반대하지는 않을 거라고 얘기해 줬어.
사람들은 특히 밤 풍경과 해바라기를 좋아해.
나는 내 벽난로 위에 해바라기 중 하나를 골라서 걸어두었는데
마치 금실로 자수를 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정말 멋있어.
...
1889년7월16일
테오가 빈센트에게 보낸 편지 中
형의 장례가 끝났어.
그가 너무 그리워, 무엇을 봐도 형이 떠올라.

테오 반 고흐는 빈센트가 세상을 떠난 후, 빈센트의 그림으로 전시를 준비하며
슬픔에 빠져 살다가 점점 무너지고, 결구 형을 따라 3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테오는 사망 직후 네덜란드에 묻혔지만, 그의 아내는 형제가 함께할 수 있도록
빈센트가 묻혀있는 오베르로 테오의 묘를 이장한다.
사실 나도 형을 지원하는 일을
그만둘까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하지만 그는 예술가야. 그것도 아주 드문 재능을 가진...
그런 그를 모른척한다는 것은
한 사람이 가진 인간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것이 돼.
형은 반드시 후세에 길이 남을 멋진 작품을 만들게 될 거야.
Theodorus van Gogh
(1857.05.01~1891.01.25)

이렇게 빈센트 반 고흐의 일생을 3부작을 함께 감상했다.
그의 인생은 외로웠으나 그를 사랑한 동생 테오, 테오의 아내, 테오의 아들이
빈센트의 아름다운 내면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지금까지도 위대한 화가로 만든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빈센트는 지금도 천국에서
그가 좋아하는 아를과 파리의 아름다운 거리를 거닐며 그림을 그리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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